언론관계법 처리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첫 회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양측 간 '마찰'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문방위가 6일 위원회의 시작 시점을 오는 13일로 정하고 이날에 맞춰 첫번째 회의를 갖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이과정에서 의석수 대비 위원 구성과 활동 시점, 기간 축소 의혹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
 
당초 지난 5일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최종 합의할 당시, 도출된 의견을 어느정도 까지 반영하는가를 놓고도 양측의 입장차가 엇갈리는 분위기였으나, 위원 수와 활동 기간, 나아가 위원들의 '성향'을 놓고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된 양상이다.
 
■ 한나라당, '의석수 비율' 주장… "활동시기 1주일 단축"도 논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관련법 처리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의 명칭을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로 최종 확정한 뒤, 엿새 뒤인 오는 12일까지 위원 구성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 지난 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3당 간사(좌측부터 한나라당 나경원, 민주당 정병헌,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이용경)들이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 cbs노컷뉴스

앞서 문방위는 '미디어발전국민위' 위원 구성의 경우,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1명 씩 추천한 2명의 공동위원장을 두고, 위원 20명은 '여야 동수원칙'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모임'이 각각 10명, 8명, 2명을 추천키로 했다.
 
여기엔 정치적 중립 등을 고려해 국회의원을 비롯한 현역 정치인의 참여를 배제하는 동시, 언론계와 시민단체, 학계 인사 등 민간 전문가들로만 구성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이에 따라 문방위는 12일까지 위원 구성에 대한 선정작업을 완료한 뒤, 13일 미디어발전위의 첫 회의를 열기로 한 것. 다만 여야는 당초 이날 20명의 위원 명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인선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위원 구성에 문제를 삼고 나선 것. 172명의 여당 의석수를 감안한다면, 10명이라는 위원 수는 민주당에 비해 터무니 없게 적은 수라는 것이다. '여야 동수원칙'이 아닌, '의석수 비율'을 고집하고 있는 것.
 
여기에 친박연대 등과 같은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위원 추천권을 주지 않았다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합의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발전국민위의 시작 시점을 놓고도 여야 간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위원 구성 의결일인 6일을 못박았지만, 민주당은 첫 회의가 열리는 13일 부터가 본격적인 활동 시작 시점이라는 것이다.
 
미디어발전국민위를 놓고 '졸속 기구'라는 의혹의 눈초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1주일 단축'이라는 상황은 야당에게 있어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방위 소속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mbn>과의 인터뷰에서 "고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100일에 대해 너무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표결이라는 명분을 통해 '날치기 표결'처리 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보수진영 인사 대거 포진…민주당은 언론단체와 미묘한 갈등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이날 미디어발전국민위 위원 10명 중 6명을 확정 발표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선 당내 논의를 거쳐 향후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언론노조와 야권의 우려대로 대부분 보수진영의 인사들로만 채워졌다는 것. 이날 한나라당에 의해 추천된 위원들로는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와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그간 '언론관계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온 인사들이다.
 
여기에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와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등 뉴라이트 계열이 다수 포함됐으며, 이들 중 일부는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미디어발전연합은 언론관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mbc보도와 관련, 지난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바 있으며, 공정언론시민연대도 그간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여당 발 신문-방송법 개정안에 찬성입장을 밝혀왔다. 
 

▲ 한나라당으로 부터 추천된 인사들 중에는 미디어발전국민연합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올 초 mbc보도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한 바 있고, 방통심의위는 결국 지난 4일 저녁 mbc보도에 대해 사실상의 중징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mbc

반면 민주당은 현재 언론시민사회단체들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조만간 위원 구성을 마칠 예정이며, 이와 관련해 이들 단체와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극적 합의'에 대해 언론계의 반발이 높았던 상황에서, 민주당은 조율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때문에 위원 구성 시기가 다소 늦춰지고 있다. 언론단체와 민주당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여야 간 합의문에 반대하는 언론단체 관계자가 5일 국회 문방위 위원들과 만나 합의문 수정 등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언론단체 측에선 '선 합의문 수정, 후 (위원) 참여'를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선 참여, 후 합의기구 위상 정립'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위원 구성 기간이 오는 12일 까지로 규정된 만큼, 민주당 측에선 언론단체와의 의견 조율을 거쳐 다음주 중반 경에는 인적 구성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국민 10명 중 7명 "주요 신문사 방송 진출시, 언론 다양성 훼손될 것"
 
이런 가운데,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날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미디어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 결과가 법 개정에 반영돼야 하며, 10명 중 7명은 주요 신문사의 방송 진출시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언론관계법 개정과 관련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3.2%가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연령과 성별, 직업, 거주지역, 정당 지지성향과 상관없이 60% 안팎으로 고르게 나타났고 "반영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의견은 18.7%에 불과했다. 
 

▲     © cbs노컷뉴스

사회적 논의기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운 48.5%가 실질적 구속력을 갖는 의사결정기구여야 한다고 답했고, 의사결정권 없는 단순한 자문기구여야 한다는 의견은 26.7%에 그쳤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4.8%에 달했다.
 
대기업이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의 주요 신문사가 공중파 방송과 뉴스전문채널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58.6%의 국민들이 반대했고 찬성 입장은 34.4%로 조사됐다.
 
특히 신문의 방송 겸영에 대해서는 70.8%의 응답자가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할 경우 여론독점으로 언론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데 공감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2.1%에 머물렀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자 가운데 60.8%는 최근 여야간 쟁점법안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형평성을 잃은 편파수사로 야당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30.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