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잡학여행] =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군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적군에게 최대한 타격을 가해 조속한 시일내에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일 것이다. 일단 전쟁에서 승리해야 전후 협상에서 원했던 의도(경제적 목적이든, 정치적 목적이든)를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장기간의 전쟁은 승자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입혀 승전의 효과를 감소시킨다.


◇ 적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기 위한 방안 모색
손자가 화려하고 완벽한 승리보다는 미비하더라도 일단 전쟁은 이긴 상태에서 끝내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역설적으로 전쟁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꿰뚫어봤기 때문일 것이다(兵聞 拙速, 未覩巧久병문졸속 미도교구).

▲ 일본의 함재 전투기 제로센(무료이미지=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인류는 수많은 전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왔다. 패자는 치욕 속에서 절치부심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로마에 패배한 카르타고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전쟁무기에서 획기적인 것은 화약무기의 등장에 이은 비행기와 잠수함이라 할 수 있다. 육지에서만 싸우던 인간이 기계의 힘을 빌려 하늘과 바다 속에서도 전쟁을 시도하리라고는 손자(孫子)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아군은 적으로부터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적을 격파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무기는 활이다. 활은 화약의 힘을 사용한 대포로 발전하고, 대포의 휴대성을 극대화시킨 무기가 총이다. 활, 창, 대포로 전쟁을 하던 인류가 개인화기인 총을 주요무기로 사용한 최초의 국제전쟁이 바로 임진왜란이다.

▲ 적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개발한 대포.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해 화약(장약)의 급속한 발전이 이뤄졌다(무료이미지=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이후 산업혁명시대를 거쳐 무기는 더욱 발전하지만, 로켓이 나오기 전까지 전쟁의 수단은 거대한 대포로 위력이 큰 포탄을 쏘는 것이었다. 포탄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은 비행기를 타고가 포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 비행기, 2차대전부터 전쟁의 주역 등장
1차대전때까지만 해도 정찰 정도에 머물던 비행기가 2차대전부터 전투기, 폭격기로 사용목적에 따라 분리ㆍ발전한 것은 순전히 로켓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적의 전력(戰力)을 무력화(無力化)시켜야한다. 적의 군대를 직접적으로 타격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아군의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2차대전에서는 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군수산업기지를 폭격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전쟁을 위해서는 총알, 유류, 식량 등 보급이 절대적이다. 보급 없는 군대가 맨주먹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적군은 없다. 미국, 영국 중심의 연합군은 2차대전 후기부터 독일과 일본을 무자비하게 폭격하면서 적국에 심리적 타격과 함께 군수산업기지를 초토화하는 데 주력한다.

▲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독일 쾰른 대성당(무료이미지=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화약무기가 발전하던 2차대전 당시, 적의 기지가 됐든 군수산업기지가 됐든 공격을 위해서는 비행기로 폭탄을 실어 날라, 공중에서 떨어트려야 했다. 충분한 양의 폭탄을 싣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커야 하고, 그에 걸맞은 고출력 엔진도 있어야 했다.

문제는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아무리 출력이 강한 엔진을 달아도 덩치 큰 비행기가 제대로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앞서 밝혔듯이 대공포의 위력이 좋지 않았던 2차대전 당시, 적의 폭격기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크기가 작은 대신 속도가 빠른 전투기가 적의 폭격기에 근접해 공중에서 격추시키는 것이었다.


◇ P-51머스탱, 프로펠러 최강 전투기 명성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군의 폭격기를 격추시키려는 적군의 전투기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보다 성능이 뛰어난, 또는 최소한 동급의 전투기가 적 전투기의 접근을 막아야했다.

▲ 로켓과 미사일이 개발되기 전에는 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적군 위에서 떨어트리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핵폭탄을 떨어트린 B29(무료이미지=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일단 적의 폭격기가 아군의 상공에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방어하려는 측은 자국의 영공에 들어오기 전에 막아내려 애썼다. 반면 침공하려는 측은 같은 편의 폭격기를 보호하면서 적의 전투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공중전(독파이팅)을 벌여야 했다.

독일의 전투기, 영국의 전투기, 일본의 전투기가 각자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2차대전 말기 영국과 미국이 합작해 만든 최강의 전투기 머스탱(mustang)이 탄생한다.

초기 출력이 낮은 엔진 때문에 고고도에서 불안정했던 머스탱은 새롭게 롤스로이스의 멀린(Rolls-Royce Merlin) 61엔진으로 동력원을 교체하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고출력 엔진을 장착한 머스탱은 ‘라미나 윙(Laminar wing 공기저항 감소에 유리하도록 주익의 가장 두꺼운 부위가 중앙에 위치하도록 한 것)’ 구조의 기체 설계 덕분에 선회, 급강하, 급상승, 항속거리, 최고속도 등 모든 면에서 당대 최강의 전투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 프로펠러 비행기 중 최강의 전투기로 호평을 받은 P-51 머스탱(무료이미지=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P-51 머스탱은 조종석 후미 공간에 추가로 연료를 탑재하고 외부에 보조 연료탱크를 달면 최대 2700km를 비행할 수 있었다. 즉 영국에서 독일로 날아가 충분한 작전을 펼치고 다시 귀환할 수 있는 능력은 당시 전투기에는 꼭 필요한 작전능력이었지만 이만한 항속거리를 보유한 전투기는 머스탱 뿐이었다.

독일의 Bf 109나 Fw 190은 항속거리가 짧은 약점, 일본의 제로센(A6M 전투기, 0식 함상전투기)은 구조적 취약점 등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결국은 머스탱에게 최강 전투기라는 영광을 넘겨주고 만다.


◇ 항공모함, 배에 비행기를 싣고 가서 공격
항속거리가 짧은 전투기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필요했다. 비행기가 공군의 주요무기인데도, 해군에서 더욱 까다로운 고성능의 비행기를 요구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일본의 ‘제로센’은 애초에 항공모함이라는 제약이 많은 공간에서 이착륙을 해야 하는 함상전투기를 목표로 개발한 것이다.

▲ 항속거리가 짧은 비행기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큰 배에 비행기를 삳고가 활용하기 위해 항공모함이 개발됐다(무료이미지=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당시의 전술은 폭발력이 강한 대포(당연히 크기가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갔다)를 탑재하기 위해 크기가 큰 배를 필요로 했다. 이를 ‘거함거포주의’라고 하는데, 미국과 영국은 항공모함을 보조전력 정도로 생각했다.

이런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일본은 항속거리가 짧은 전투기를 항공모함에 싣고, 적의 근거지에 접근해 공격한다는 항공모함 전략을 초기부터 발전시켰다. 태평양전쟁 초기 일본이 연이어 승리를 거둔 원인은 거함거포라는 전함의 운용도 있었지만 항공모함용의 비행기를 개발한 덕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방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한번 당한 전술에 계속 당할 리가 없다. 본격적으로 2차대전에 뛰어든 미국은 독일과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척씩 항공모함을 건조할 정도로 물량을 보충해 결국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을 꺾고 승전의 발판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