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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바둑판 하나가 1억원이 넘는다구요?
바둑판은 비자나무 은행나무가 최적
억대 바둑판은 물론 바둑돌 하나에 50만원짜리도 있어
경기도민뉴스 기사입력  2018/09/14 [12:45]
[김영수 잡학여행] = 2008년 4월쯤 각종 언론은 부산지역에서 억대에 이르는 바둑판을 놓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억대 바둑판이라니~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기에 바둑판 하나가 억대에 이르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 바둑판 재료로는 비자와 은행나무가 최고급
바둑판의 재료로는 비자나무를 최고급으로 친다. 다음으로는 은행나무를 친다. 흔히 피나무바둑판을 최고급으로 알고 있는 애기가(愛棋家)들도 많은데, 피나무는 비자나무의 발음이 와전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피나무는 재질이 단단해 예전부터 뒤주(쌀을 넣어두는 가구)로 많이 사용했다.
 
▲ 이만한 바둑판을 하나 만들려면 최소 600년정도의 수령은 돼야한다.  ©경기도민뉴스

피나무로 만든 뒤주는 워낙 단단해 쥐도 뚫지 못해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바둑판은 그 특성상 돌을 판위에 놓을 때의 손맛을 중시한다. 따라서 나무가 너무 단단하면 좋은 감촉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둑판의 재질로는 비자나무와 은행나무를 최고급으로 친다고 밝혔는데, 두 나무는 어떤 건조 가공 과정을 거쳤는가에 따라 더 ‘고급이다 아니다’를 가리기 힘들다. 은행나무는 색상에서는 비자나무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건조와 가공이 어려운 편이다.

바둑판은 나무로 만들다보니, 나이테가 조밀하면서도 자연스런 광택이 나는 것을 최고급으로 친다. 이런 여러 가지 여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 바로 비자와 은행나무다.

하여간 우리나라 최고가의 바둑판은 이름도 있다.
‘탄(灘)’이라는 이름의 이 바둑판은 바둑용품 전문 업체인 한일바둑에서 제작했는데, 그 뒷  이야기가 재미있다. 6.25의 와중에 폭격 맞아 죽은 은행나무가 한탄강 근처의 어느 마을에 있었다. 한일바둑에서는 1980년대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죽은 이 은행나무를 구입해 바둑판 6개를 만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탄(灘)’인데 당시(1980년대) 가치로 3000만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이라는 이름은 한탄강에서 따왔다. 은행나무는 바둑판으로서는 비자나무에 뒤지지 않는 재질을 지니고 있는데다 오랜 세월 자연 건조돼 최상의 재질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바둑판은 1980년대 모 방송국이 주최한 바둑대축제에서 대대적으로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전문기사들은 모두 이 바둑판을 탐냈다고 한다.
 
 
◇ 아가지스, 신비자, 옐로시다 등도 가격대비 품질 우수
비자나무와 은행나무가 모두 바둑판의 재질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비자나무와 은행나무가 모두 암수가 다른 나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둑판으로는 수나무보다, 암나무가 더 좋다고 한다.
 
▲ 비자나무와 비자의 잎. 나뭇잎이 아닐 ‘비(非)’자 모양이어서 비자로 부른다.     © 경기도민뉴스

은행나무야 길거리 가로수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비자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비자나무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주로 자생하며 나무높이는 25m, 지름은 2m까지 자라는 상록성의 큰키나무이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으며 4월에 꽃이 핀다. 열매는 다음해 9~10월에 자갈색으로 익는다.

최근에는 비자와 은행나무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 수입목재를 많이 이용한다. 바둑판으로 많이 이용하는 나무로는 아가지스(Agathis), 신비자(Spruce), 옐로시다(yellow cedar)등이 있다.

아가지스는 인도네시아 등지의 동남아에서 자생하는 열대성 나무로 내구성, 향기 등에서는 비자나 은행보다 못하지만 감촉이 좋고 공급량이 많아 원목 바둑판 중 가장 저렴하며 많이 쓰인다. 국산 피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나 색깔이 붉은 편이다.

신비자는 스푸루스를 말하며 일명 수입비자라고도 한다. 소나무과로 감촉이 부드럽고 색상이 밝으며 내구성 또한 뛰어나다. 나이테가 사이공간에 비해 단단하고 결이 곧아 보기에도 좋다.

옐로시다 역시 북미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내구성과 탄력은 비자나무와 비슷하나, 색상이 떨어진다. 비자나무가 금색을 띠는 반면, 옐로시다는 은색을 띤다. 바둑판 재질 중 은행나무와 더불어 비자나무 바로 아래의 우수한 품질이다. 통나무집의 재질로도 이용된다.

 
◇ 명인의 휘호(揮毫)가 있으면 가치 급상승
아무리 잘 만든 바둑판이라도 단순히 물건만이라면 가치가 높을 수 없다. 나무를 잘라서 만든 바둑판이 이른바 ‘명반(名盤)’으로 평가받으려면 거기엔 명인(名人)의 숨결이 녹아있어야 한다.
 
▲휘호는 바둑판의 밑바닥에 한다. 가운데의 네모난 구멍은 ‘향혈’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훈수꾼의 목을 쳐서 피를 받는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해석을 하지만, 사실은 나무의 뒤틀림 방지와 착수할 때의 음향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민뉴스

지금이야 젊은 고수들-우리나라 최고수급인 이세돌만 해도 아직 30대다. 이창호는 40대지만-이 득시글하지만 예전에는 40대는 돼야 바둑계의 최정상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만큼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더욱이 동양은 어떤 한 분야의 정상에 이르면 포정해우(庖丁解牛)의 고사처럼 도통한 달인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분위기는 전대 고수들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강한데, 바둑계의 전대 고수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조남철 김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전대고수의 반열에 드는 인물로 오청원(吳淸源 우칭이엔),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조훈현의 스승),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1909~1975 조치훈의 스승) ‘면도날’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등이 있고, 전전대 고수로는 슈사이(秀哉 1874∼1940 일본 최후의 명인이자 바둑명가 혼인보(本因坊)의 마지막 거장)등이 있다.

고급 바둑판에 이들의 휘호가 새겨져있다면 그야말로 가격은 급상승한다.

앞서 예로 든 시가 1억원에 이르는 일본의 명품 비자나무 바둑판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다툼이 벌어진 것도 바둑판에 불멸의 기성이라 추앙받는 오청원이 휘호한 때문이다. 문제의 바둑판은 두개인데 또 하나는 세고에 겐사쿠와 일본 대신들이 휘호한 것이다. 이 바둑판은 모두 가격이 1000만엔(한화 1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바둑돌 한 알에 50만원짜리도 있다?
바둑알도 고급은 바둑판 못지않게 비싸다. 더욱이 바둑알은 예전에는 바둑판보다 만들기 어려워, 비싼 것은 골동품 또는 문화재급 가치에 달한다.
 
▲ 바둑의 백돌은 조개로 만든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조개의 어느 부위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     © 경기도민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바둑알은 정치인이었던 예춘호(芮春浩)씨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 7, 1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예씨는 여권의 핵심이었지만 1969년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위한 3선개헌 때 소신껏 반대하다가 정가를 물러났다. 그가 우연히 고물상에서 바둑판세트를 찾아냈는데, 거기에 딸린 바둑알이 바로 일본 휴가(日向)산 조개알로 만든 것이었다. 그것도 만든 이가 희대의 명공이라 불리는 하라타(原田)가 만든 것이었다.
 
원래 바둑알은 백은 180개, 흑은 181개가 정수다. 흑돌은 말 그대로 오석(烏石)등의 돌을 깎아 만든다. 그러나 백돌은 투명도 광택도 등에서 흰색을 내는 돌이 없어, 조개 알을 깎아 만든다. 조개알도 그냥 조개알이 아니라 화석화(化石化)한 조개라야 바둑돌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 예씨가 수집한 바둑알이 바로 그것이었다.

예씨는 백돌이 7개 모자라기에 일본에 가는 지인편에 같은 바둑알을 부탁했는데, 이때 샘플로 가져간 바둑알이 명공 하라다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하라다는 평생 3~4벌의 바둑알만 만든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작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결국 같은 것은 못 구하고 비슷한 것으로 알아봤는데, 가격은 한 알에 5만엔 가량이었다.

그때가 1969년도였으니, 지금은 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예씨는 한국 최고가의 바둑세트(판+알)를 소장하고 있는 셈이다.
 

◇ 진짜 돌로 바둑 백돌을 만들면 떼돈 번다?
한때 바둑계에서는 ‘진짜 돌로 바둑 백돌을 만들면 떼돈 번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우리나라 사람이 해냈다. 백돌은 투명도 등에서 문제가 있어, 진짜 돌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먼저 원광석을 구해야 하고, 어려운 가공과정을 거쳐야 한다.
 
▲ 바둑판은 나무의 심을 피해 만든 (A)를 최고급으로 친다. 이를 ‘사방정목(四方柾木)’이라하는데, 이 정도를 만드려면 비자나 은행나무의 경우 족히 수령이 1000년은 묵어야 한다.  그래픽=김영수.   © 경기도민뉴스

바둑은 전혀 두지 못하는 집념의 사나이가 만든 이 바둑돌은 경도가 7을 넘어, 망치로 내리쳐도 잘 깨지지 않는 ‘보석’급의 명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바둑돌은 TV속기전인 KBS바둑왕전에서 승자가 기념으로 함께 가져가게 했다. 필자는 그 기간이 아마 2~3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진짜 돌로 백돌을 만들었지만 만든 사람이 떼돈을 벌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애기가들은 조개 바둑알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바둑알은 백돌이 흑돌보다 크기가 조금 작다. 그래야 명암의 효과 때문에 눈으로는 같은 크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명반(名盤)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 간 ‘부목반’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가벼워 물에 뜬다고 해서 부목반(浮木盤)인데, 전래 시기는 삼국시대쯤으로 보고 있다.
기사입력: 2018/09/14 [12:45]  최종편집: ⓒ 경기도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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