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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풍운아 흥선대원군과 해인사
‘만인’ 살인가? ‘만인살’인가? 천주교 박해에 대한 야사
경기도민뉴스 기사입력  2018/09/26 [22:20]
[김쌤’s 한국사] = 조선후기의 풍운아 흥선대원군의 등장과 몰락이 극적이었던 탓인지, 흥선대원군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뒷얘기와 야사가 많이 전해져 온다. 그중 가장 그럴듯한 야사 내지는 설화가 바로 해인사, 만인살, 천주교도 박해에 얽힌 얘기다.

여기에는 왜 대원군이 천주교도를 박해하면서 1만명에 가까운 신자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민중들의 소박한 해석도 담겨있다. 더 나아가, 시정잡배에서 권력의 정점까지 올라서는 단 한번에 인생을 역전한 대원군에 대해 인간의 능력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어떤 원리를 풍수지리(지금도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신봉하는 경우가 많다)에서 구한 면도 있다.

이것은 야사와 구전을 정리한 것이므로, 진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과 연대가 불분명하며 인과가 뒤틀린 것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라.
 
▲ 경남 합천군 해인사장경판전(국보 제52호, 1962년 12월20일 지정). 문화재청.     © 경기도민뉴스

1) 대원군, 집권욕심에 가야산 불 지르고 부친묘 이장
①대원군의 부친 남연군(이구)이 사망(1788년~1836년)하자, 술사인 정만인에게 명당을 부탁했다. 정만인은 그때 대원군에게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의 2대천자지지와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오서산의 만대영화지지를 소개했는데, 대원군은 2대천자지지인 가야산을 선택했다고 한다.
②절터는 예전부터 명당이라는 풍설이 있었지만 가야사 석탑 밑이라, 무덤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대원군이 가야사에 불을 지르는 등 우여곡절(1844년 헌종10) 끝에 부친 남연군의 묘를 이장(1846년)하고, 숙원이던 아들이 고종으로 즉위(1863년)한다.
③가야사를 불태운 대원군은 가야산 동쪽에 부처의 은덕에 보답한다는 보덕사(報德寺)를 창건한다. 가야사 옛절터 남연군묘 인근에는 미륵석불(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82호)이 있는데, 계곡 아래쪽을 향하지 않고 북쪽을 향하고 있다. 설화는 대원군이 절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돌아앉았다고도 하고, 북쪽계곡의 병마(兵馬)를 물리치려는 뜻에서 북쪽을 향해 세웠다고도 한다.
④가야사는 창건시기와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나, 고려사에 공주 명학소의 천민 망이ㆍ망소이의 난때 가야사를 점령(1177년 3월, 명종7)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유서깊은 사찰이었던 듯 싶다. 만대영화지지라는 오서산(790.7m)은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이나 등대 구실을 하기에 예로부터 ‘서해의 등대산’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⑤당시 가야사 절터를 무덤으로 추천했던 정만인은 대원군에게 “권력을 잡으면 나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⑥야사와 구전은 대개 야망을 남모르게 품은 대원군이 세도집안의 눈을 피하기 위해 파락호들과 어울리며 시정잡배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대원군의 사군자중 난치는 솜씨는 당대 제일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시정잡배로만 살았다면, 그런 기예를 익힐 수가 없었을 것이다.
 
 
▲ 흥선대원군 이하응필 묵란도(시도유형문화재 제142호, 2002년 3월15일 지정). 문화재청.     © 경기도민뉴스

2) 괴승 정만인, 1만명 죽여야 평생영화 예언
①대원군이 불우하던 시절, 정만인이라는 떠돌이 승려가 대원군의 길흉화복을 상세하게 풀어 바쳤다. 대원군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으나, 귀신같이 들어맞는 풀이(예언)에 감탄했고, 정만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종적이 묘연해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②대원군이 집권한 후, 종적이 묘연했던 정만인이 찾아와, 예전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인출권을 달라”고 요구한다. 대원군은 흔쾌히 허락했고, 정만인은 해인사에서 몇 개월간 거주하다가 증발하듯 사라진다. 구전에서는 이때 천하제일의 보물 ‘해인’이 사라진 것으로 본다.
③정만인의 대원군의 평생에 관한 예언 중에는 ‘갑자년 이전에 살만인이라야 부귀평생’ 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대원군은 집권 이후에도 1만명을 죽일 기회가 없던 차에 천주교가 퍼지자, 드디어 1만명을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④대원군이 10년만에 하야한 후인지, 그 직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살만인’이라는 의미가 사람 1만명을 죽이라는 것이 아니고 바로 ‘괴승 정만인’을 죽이라는 뜻임을 깨달았다. 대원군은 즉각 사람을 풀어 정만인을 추적하지만, 끝내 붙잡히지 않고 이후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⑤해인(海印)은 한 번 비치기만 하면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히며 풍운뇌정이 마음대로 된다는 무서운 조화의 마력을 가진 보물이라고 구전은 전한다. 오직 원래의 소유자인 용왕만이 그 묘용(妙用)을 알고 있다고 한다.
⑥격암유록에는 <해인>과 관련,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死者回春更生 不可思議海印 죽었던 자도 다시 살리는 불가사의한 해인
彌勒世尊海印出 미륵세존께서 해인을 꺼낸다
海印 天下人民神判機 해인은 세상사람을 신판하는 기구이니
海印用使是眞人 해인을 마음대로 쓰면 진인이다
 
3) 해인(海印), 넓은 바다가 잔물결(번뇌) 하나 없이 잔잔한 상태
①신라 40대 애장왕(788년, 원성왕4~809, 재위 800년~809년)은 왕권강화를 위해 한화정책을 추진했지만 귀족계급의 반발 속에 의해 즉위 10년만에 김언승에게 살해당한다.
②애장왕은 귀족계급이 원당을 짓고 세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교사원의 새로운 창건을 금하고 오직 수리만을 허락하는 교지를 발표(806년)한다. 이와함께 금수불사(錦繡佛事 부처상에 비단옷을 입히는 사치행위)와 금은으로 기물(器物)을 만드는 것을 금지했다.
③직전 애장왕은 순응(順應)과 이정(利貞)에 명해 가야산에 해인사(海印寺)를 창건(802년)한다 해인사는 당시 왕실에서 경영했다. 애장왕은 당시의 실력자 김언승이 제옹(悌邕)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궁궐에 쳐들어와 살해(809년 7월)당한다.
④신뢰하기 힘든 기록에는 신라 애장왕의 왕후가 등창이 생겨, 백약이 무효인지라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도승을 찾던 중 수응과 수정(일설에는 순응과 대덕) 두 사람이 광정문을 나오고 있었다. 두 도승은 사연을 설명하는 신하에게 오색실을 주면서 ‘궁궐 앞 배나무에 이 실의 한 끝을 매어 놓고 다른 한 끝을 등창에다 대고 있으면 곧 나을 것이오. 그 대신 배나무는 말라 버릴 것이오’라면서 제 갈 길을 갔다. 도승의 처방대로 등창이 낫자, 애장왕은 훗날 두명의 도승을 찾아, 합천에 커다란 절을 짓게 하고 전지 2500결을 하사했으니 이 사찰이 바로 해인사다.
⑤해인이라는 말은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인삼매는 일심법계의 세계로, 부처의 정각(正覺)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정각(正覺)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 지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객관적인 사상의 세계(영원한 진리)를 의미한다.
해인은 영원한 진리의 세계를 한없이 깊고 넓은 바다에 비유, 거친 파도(번뇌망상)가 없는 상태를 마치 하늘의 달이 물에 비추듯 나타낸 말이다.
⑥구전에서는 유생이 용왕의 아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그 보답으로 용궁에 초대받아 가져온 볼품없는 목도장(일종의 막도장)이 알고보니 천지조화를 부리는 보물인 것을 알게 된다. 종이에 금백냥을 쓰고 도장을 찍으면 그대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때의 자금으로 해인사를 짓고(바다에서 가져온 도장으로 지었다는 뜻) ‘해인’을 절에 감췄는데,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정만인이 술수를 부려 훔쳐갔다는 것이다.
⑦정만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실존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황현이 자신의 친구 이건창에게서 들었으며, 이건창은 대원군에게 직접 들은 것이라며 황현에게 말했다’고 주장한다.
⑧2대천자지지라는 남연균의 묘는 독일인 오페르트가 도굴을 시도(1868년)했고, 오페르트는 ‘굳게 닫힌 나라 조선 여행(Ein Verschlossenes Land, Reisen nach Korea)’이라는 책을 출간(1880년)해 당시 자신의 도굴을 변명했다.

기사입력: 2018/09/26 [22:20]  최종편집: ⓒ 경기도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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