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045] 정실주의 엽관주의 채용비리
공정한 경쟁으로 계층이동 사다리 보장해야
경기도민뉴스 기사입력  2018/11/14 [07:01]
[김영수 잡학여행] = 채용비리와 관련, 정부가 2018년 11월6일~2019년1월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대상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338개), ‘지방공기업법ㆍ지방출자출연법’을 적용받는 지방공공기관(847개), ‘공직자 윤리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1141개) 등 2326개다.
 
▲ 엽관주의는 선거승리에 따른 공직이 사냥의 결과물로 생각했다는 의미다.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     © 경기도민뉴스


제보신고도 접수하는데, 신고대상은 △인사청탁 △시험점수 및 면접결과 조작 △승진ㆍ채용 관련 부당지시 및 향응ㆍ금품수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 특혜 등 인사‧채용과정 전반에 걸친 부패와 부정청탁 행위다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된 현대사회에서, 채용비리가 일어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되기 전 정실주의와 엽관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 정실주의, 영국에서 발전
객관적인 실적(實績)이 아니라 정치성향ㆍ혈연ㆍ지연ㆍ개인적 친분 등에 따라 공직을 임용하는 제도를 정실주의라고 한다. 엽관주의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연원적으로나 세부적인 운영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좁은 의미로 정실주의(情實主義, patronage system, nepotism, favoritism)는 1688년 명예혁명 이후 1870년까지 영국에서 성행했던 공직임용의 관행이다. 엽관주의가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 모든 공직을 독차지하고, 선거에 패배하면 공직에서 사퇴하는 것과 달리 정실주의는 정당의 선거승리와 관계없이 종신직 공직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영국은 의원내각제에 따라 내각(內閣)이 사퇴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때마다 공무원도 정당에 따라 한꺼번에 교체된다면, 공공행정에서 막대한 혼란이 일어나,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정치인 개개인의 청탁 등에 따라 공직에 임명됐어도, 내각 사퇴에 따른 공직사퇴를 동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실주의는 내 사람 끼워넣기 등 공직자 수가 늘어나고, 예산낭비와 무능한 공무원 등 행정능률의 저하 등 각종 부작용도 발생한다.
 
▲ 국정농단혐의로 2016년 11월 법정에 출두하는 최순실.     © 경기도민뉴스


 
◇ 글래드스턴, 직업공무원제 도입
영국의 정실주의는 노스코트-트리벨리언 보고서(1853년)와 추밀원령(1870년)의 제정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자유당은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집권(1868년)하자마자 공직 혁신에 착수한다. 수상 글래드스턴(W. E. Gladstone) 실적주의(merit system)에 입각한 근대적 공무원 제도를 확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밀원령을 제정ㆍ공포(1870년)한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선거법은 노동자계급에게도 참정권(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당시 귀족계층에서는 글래드스턴의 참정권개혁을 급진적으로 평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 계층에게 참정권확대는 반대파인 디즈레일리의 보수당 정부가 글래드스턴의 개혁안보다 오히려 더 급진적인 투표권 확대 정책을 실시하고, 그 결과 글래드스턴이 집권한다. 글래드스턴은 영국정치사에서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노동자계급의 지위 향상에도 힘쓴 도덕주의 정치가로 평가받는다.

글래드스턴은 의무교육제도도 확립했으며, 영국이 중국과 벌인 아편전쟁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피력(1840년)하기도 했다.

당연히 전쟁을 할 것이라는 당시 상황에서 글래드스턴의 “저는 아편도 경제도 잘 모릅니다. 그 나라 법을 따르지 않는 외국인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정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이것만큼 부정한 전쟁, 이것만큼 영국을 불명예로 빠뜨린 전쟁은 없었다고 기록할 것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라는 연설로 일약 대중적 지지도를 획득한다.
 
 
◇ 윌슨, 엽관주의 부정하며 실적주의 확립
정실주의가 연원적으로 정치인 개인의 영향력에 따른 것이라면, 엽관주의는 거칠게 표현하면 정당정치의 산물이라고 이해하면 간단할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공직을 일종의 전리품으로 취급하고, 정치적 신념을 함께하는 동지들에게 나눠준다고 해서 ‘엽관주의’라고 번역한다.

제도적으로 엽관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한 곳은 미국이다. 토머스 제퍼슨(미국 제3대 대통령)이 부분적으로 엽관제를 실시했고, 제임스 먼로(5대)는 엽관제를 입법화(1820년)했다. 앤드류 잭슨(7대)은 엽관제를 “공직의 민중에 대한 해방과 공무원에 대한 인민통제의 역할을 지닌 것”이라고 평가(1829년 취임)했다.

잭슨의 엽관제는 당시 미국의 공직이 재산, 학력, 경력 등 검증된 인물을 임용한다는 명분 아래 동부연안 상류층들만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잭슨은 서부 개척민과 중하류층도 중앙권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사회환경이 변하면서 엽관제도 비판을 받기 시작한다. 실력을 검증받지 않은 공직자의 아마튜어리즘이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공무원제도는 팬들턴법(1883년)의 제정으로 실적주의로 바뀐다.

우드로 윌슨(1856. 12.28~1924. 2.3, 28대, 1913년~1921년)은 특히 엽관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행정은 정치와는 별개인 ‘사무(Business)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행정의 연구(1887)>). 윌슨의 이 주장을 행정관리설이라고 하며 정치행정이원론의 시초라고도 한다.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한 바로 그 사람으로, 당시 일제치하에 있던 한민족에게 결과적으로는 3.1운동의 헛된 기대를 품게 한 장본인이다.
 

◇ 대한민국, 현대판 ‘음서’ 곳곳에 잔재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정실주의와 엽관주의에 대한 논의는 일단 미루자. 대한민국의 실체는 최순실박근혜게이트에서,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다. 장시호의 입학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츨 의혹에서도 오직 자신을 포함한 가문만을 위하는 행태가 보인다. 몇몇 대기업 노조의 가족(자식)우선 채용 협약, 공기업 계약직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 지방자치단체 등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회곳곳에서 시행한 정규직 전환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취업준비생의 자리를 영구 박탈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경찰이 제시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증거물.     © 경기도민뉴스


더욱 문제인 것은 정규직 전환대상자들이 ‘때마침 운 때 맞춰 그 시기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대거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다는 점이다. 일주일 전에 그만둔, 또는 한달 전에 그만둔 계약직들의 상심의 목소리는 조직화되지 않았으므로 널리 퍼지지도 않았다.

선조의 덕으로 관직에 진출하는 음서는 우리 역사에서 고려시기 귀족의 특권 중 하나다. 과거제를 실시한다고 하자, 귀족계층이 동요한 것은 누구나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집권세력이 될 수 있다는 내 밥그릇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공정한 경쟁에 의한 계층이동 사다리가 붕괴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서 좌절한 지식인, 변두리의 소외인사들이 결국은 체제 전복을 시도한 것은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입력: 2018/11/14 [07:01]  최종편집: ⓒ 경기도민뉴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