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종반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뜨고 지는’ 육상 스타들의 이변으로 대회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출발했다가 실격당했고 ‘미녀새’ 이신바예바는 4ｍ65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 채 주저앉아 세계인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기대를 모았던 스타 중 상당수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사이 새로운 선수들이 ‘챔피언’의 자리에 앉는 거듭되는 이변과 관중들의 환호, 그리고 뜨거운 취재경쟁 속에서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202개국,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6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대회기간 동안 경기·사무지원·의무·통역·미디어 등 11개 분야에서 활동한다.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자원봉사자로 함께 참가한 이필우·임길순 씨 부부.     ©뉴스데이트24

밤낮없이 스타디움과 선수촌은 물론이고 대구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온전히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물론 보수는 지급되지 않는다. 1일 교통비와 식사비가 전부다. 하지만 이들은 늘 밝은 미소로 업무에 임한다.

투척 전용 준비운동장에서 만난 이필우·임길순씨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부터 체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필우·임길순 부부는 2년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 1차 모집에 일찌감치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해 열린 대구국제육상대회와 대구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대구시민으로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하죠. 선수들이 훈련하는 생동감 있는 모습을 TV가 아닌 육안으로 보니 너무 신기하고 좋습니다.”
 

▲투척 전용 준비운동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는 이필우·임길순 씨 부부. ©뉴스데이트24

 
10년 전 부터 꾸준하게 자원봉사를 해 온 임길순씨의 영향으로 이필우씨도 부인과 함께 5년 전 부터 본격적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얻는 게 더 많아졌다는 이필우씨 부부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원봉사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봉사를 하면서 매순간 기쁘고 즐거워야 그게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요. 선수들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자체가 참 뿌듯합니다. 앞으로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부부가 자원봉사에 함께 지원해 활동하는 가 하면 형제·자매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하고 있는 김희수·김보람 씨 남매. ©뉴스데이트24

 
미디어운영팀 믹스트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수·김보람씨 남매도 그 중 하나다. 김희수 씨는 여동생 김보람씨와 함께 2년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동생과 함께 대구시민으로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대구에서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동생과 함께 또 참여하고 싶어요.”

김희수 씨는 현재 미디어 운영팀 믹스트존에서 근무하고 있고 동생 김보람씨는 트랙경기팀에서 선수들 통제와 안내를 맡고 있다. 희수씨와 보람씨 모두 업무 특성상 외국 언론인이나 선수들과 접촉하는 일이 많다 보니 통역도 자유자재로 해야 한다.

김보람씨는 경기장 셔틀버스 운행이 지연되자 화가난 외국인을 위해 지연이유를 영어로 설명하고 컴플레인을 적극 해결했다. 김희수 씨도 절차상 정해져있는 미디어구역의 통제를 시기적절하게 영어로 안내함으로써 해외언론인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프레스센터에서 통역 자원봉사자로 근무하고 있는 노라 에베르트 . ©뉴스데이트24

사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찾는 외국인들은 일반 관광객을 비롯해 해외 언론인들, 코칭스탭 등 다양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낯선 타지에서 ‘언어적’인 문제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 통역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문제를 적극 해결해준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 노라 에베르트 씨는 통역 자원봉사자로 프레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노라씨는 유창한 통역실력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결사’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노라씨는 스포츠 업종에서 일하는 남자 친구를 따라 지난 2월 대구에 왔다. 독일에서 요가를 지도했던 노라씨는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됐다.

“스포츠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런 큰 국제대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독일어와 스페인어, 영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노라씨는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스페인어 통역을 맡아 스페인어를 쓰는 VIP와 사진 기자들을 돕고 있다.

노라씨는 능숙한 화술로 경기장을 찾는 많은 해외언론인들과 대회 관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프레스센터에서 다양한 매체의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 대구세계육상대회에서 통역 봉사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승빈씨. 통역업무를 맡고는        자원봉사자들의 유니폼 색깔은 외국인들에게 쉽게 눈에 띌 수 있도록 ‘빨간색’으로했다. ©뉴스데이트24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묵고 있는 선수촌에서 일하고 있는 통역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자원봉사자 이승빈씨도 그 중 한명이다.

승빈씨는 선수촌에서 영어통역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역할은 거의 ‘멀티’에 가깝다. 선수촌에서 선수들의 크고작은 의견들을 승빈씨가 직접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선수촌에 근무하다보니 선수들의 기본적인 것부터 세세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선수들이 방에 수건이 없다고 하면 가져다주고, 물품이 떨어졌다고 하면 바로 채워줍니다. 또 의사소통에 오해가 생길 때 적절하게 해결해주기도 하죠.”

▲ 통역 자원봉사자 이승빈씨가 선수촌에서 묵고 있는 케냐 선수들에게 선수촌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묻고 있다.   ©뉴스데이트24

이승빈씨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을 수 있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고 전했다.

승빈씨의 꿈은 국제언론인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활동한 국제통역 경험이 승빈씨에게는 젊은 날 큰 자산이 된 것이다.

이렇게 이번 대회를 통해 꿈을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스포츠 기념관에서 프레스 발급 안내와 통역업무를 맡고 있는 대학생 강지수 씨는 자원봉사의 매력을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라고 전했다.

▲ 스포츠 기념관에서 프레스 발급 안내를 지원하고 있는 강지수 씨. ©뉴스데이트24

“외국인들이 어떠한 문제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통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니까 매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럴 때 자긍심과 보람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강지수씨는 초등학교 때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 때 캐나다에서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대회에 통역업무로 지원하게 됐다. 지수씨는 앞으로도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싶다고 전했다.

“항상 뿌듯함을 느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통역으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한편, 자원봉사자들은 6가지의 유니폼 색깔에 따라 역할이 나뉜다. 진한녹색 유니폼 봉사자들은 심판보조를 맡고 진한 파란색 요원들은 경기지원을 맡는다. 일반적인 안내와 사무는 하늘색, 통역요원들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도록 빨간색을 입는다.

이밖에 110명의 연두색 팀 지원요원(Team Attache)들은 각 선수단에 파견되어 통역 등 각종 편의를 책임진다. 차량의 눈에 잘 띄는 노란색 봉사자들은 안전업무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