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경기도민뉴스] 김영수 기자 = 하남시가 추진하는 현안1지구와 덕풍동 구도심을 연결하는 터널 개통이 순전히 장삿속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덕풍서해ㆍ한승미메이드ㆍ덕풍KCC스위첸아파트 주민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터널 반대 추진위원회는 21일 하남시의 터널 개통에 대해 “현안1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분양가와 분양율을 높이기 위한 장삿속 행정”이라며 “주민을 우롱하는 ‘밀실ㆍ탁상행정’이고 공무원의 월권행위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 하남시, 도로 만들어달라고 주민이 기부채납한 땅 다시 돌려줘
터널 반대 추진위원회가 하남시청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과 하남시가 회신한 답변문서 등에 따르면 이 지역은 이미 1994년 4월 지역주민들이 도로를 만들어 달라며 상당부분의 토지를 기부채납했다. 하남시는 이런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도로계획을 수립했다.

▲ 하남시가 한승미메이드와 서해아파트 사이를 지나가는 터널을 뚫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 하남시의 밀어붙이기 행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경기도민뉴스

그랬던 하남시는 2014년 장기미집행을 이유로 도로계획을 해제하고, 주민들이 기부채납한 땅을 원 주인에게 다시 돌려줬다.

하남시가 기부채납받은 땅을 다시 돌려준 것은 다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남시는 터널을 뚫는다는 도시기본계획을 이미 2012년에 수립했다.

이와 관련 하남시 관계자는 “현안1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구도심과의 연결통로를 만들 수 밖에 없다”며 “아파트 입주민의 편의와 학생들의 통학로 확보를 위해 터널 개통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남시청은 터널에 대해 현안1지구 아파트 거주 학생들이 구도심에 있는 덕풍초등학교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통학로를 개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차량 2대 지나는 도로인데도 ‘통학로’라며 물 타기 시도
하남시의 물 타기 작전은 개통하려는 터널의 명칭을 ‘통학로’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엄연히 차량 2대가 지나가고 자전거와 인도가 함께 있는 폭 15미터의 일반적인 도로인데도, ‘통학로’라는 명칭으로 물 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주민들은 하남시가 차량이 지나다니는 일반적인 도로인데도, 통학로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것은 “통학로가 갖고 있는 평온한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 하남시가 추진하는 터널을 뚫는 지역.(그래픽=김영수).     © 경기도민뉴스

하남시의 이같은 꼼수는 관련기관으로 업무를 협의했던 광주하남교육청이 두 차례(2012년, 2014년)에 걸쳐 터널을 통학로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개방적’이고 ‘안전한’ 통학로를 요구했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터널을 밀어 붙인데서 알 수 있다.

터널 반대 추진위원회는 또 하남시가 주민공청회 한번 없이 아파트 앞마당을 지나는 터널을 뚫는 것에 대해서도 행정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터널의 입구인 한승미메이드와 덕풍서해 아파트의 진입로는 폭이 8m에 불과하다. 또 구도심에서 터널 입구까지의 진입로는 12m밖에 안돼 터널을 뚫으면 이 지역은 가득이나 심한 교통체증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당장, 유일한 외부통로인 좁고 짧은 진입로를 터널에 내주어야하는 한승미메이드는 ‘도심 속의 교통 낙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최소 2011년 3월 이전부터 터널 뚫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현안사업1지구에 아파트와 상가를 건립하려는 하남시의 의도는 당시 하남도시개발공사(현 하남도시공사)가 2011년 3월17일 건설업체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것에서 드러난다.

당시 사업설명회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 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20여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이를 역으로 추적하면, 하남시는 최소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기 전에 터널을 뚫기 위한 기본 작업을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안사업1지구는 1980년대 한강직선화 사업을 위해 필요한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공영사라는 기업이 있던 곳이다. 한강직선화가 끝나고 존립 목적이 없어진 공영사 터를 하남시가 수용해 상가와 아파트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보상가를 둘러싼 주민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