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잡학여행]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은 모두 거짓말로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을 통해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사기극’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2009년 12월5일 연합뉴스의 워싱턴발 기사는 ‘미과학자연맹, 북 핵무기 역량 입증 안돼’라는 기사를 송고)

그랬던 북한이 드디어 핵무기를 개발한데 이어, 인류 궁극의 무기라는 수소폭탄까지 개발했다고 선전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긴장하기 시작한다. 일단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수소폭탄까지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 북한 기습-인천상륙작전-1.4후퇴-서울 재탈환
1950년 6월25일 6.25(일반적인 국제적 명칭은 한국전쟁 KOREAN WAR)를 일으킨 북한 김일성은 6월28일 서울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린다. 순식간에 수도 서울을 북한에 내준 남한은 UN군과 함께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1950년 8월1일)한다.

▲ 6.25를 표현한 조형물.무료이미지=픽사베이 제공.     © 경기도민뉴스

북한의 공세에 시달리던 남한ㆍUN군은 미국의 맥아더를 중심으로 한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15일)으로 전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며 서울을 탈환(1950년 9월28일)한데 이어 북진을 계속한다.

압록강까지 진격한 남한ㆍUN군이 승리의 기쁨을 미처 맛보기도 전에 전쟁은 중공(당시는 중국이 아닌 중공이라고 불렀다)의 개입(1950년 10월15일)으로 다시 밀리기 시작한다.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는 중공군에 쫓겨 남한과 UN군은 결국 서울을 다시 점령(1951년 1월4일)당하고, 남쪽으로 후퇴(1.4후퇴)한다.

이후 전선(前線)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중공군과 남한ㆍUN군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남한ㆍUN군은 서울을 다시 탈환(1951년 3월15일)한다. 전선은 일부 접전과 소강상태 속에서 UN(사실은 미국-중공-소련 등)을 중심으로 남북정전회담(1951년 7월~1953년 7월27일)을 진행한다.

정전회담이 3년씩이나 이어진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다양한 국제정치적 역학과 계산 때문이다.


◇ 트루먼, 핵무기 사용검토 언급에 전 세계 경악
초반 속절없이 남한이 밀린 것은 미국의 국방장관 애치슨이 6.25발발 두달전에 ‘아시아에서 한국은 미국의 방위선이 아니다’라는 속칭 ‘애치슨라인’을 발표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착취당하던 남한이 생산수단이 있을 수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라는 힘의 공백이 생기자, 이승만의 북진통일이라는 구호는 모두 헛소리인 것이 드러난다.

▲ 미국에 세워진 6.25관련 기념물.무료이미지=픽사베이 제공.     © 경기도민뉴스

여하튼 6.25 초기 미군은 병력을 파견해 한반도의 전쟁 상황에 뒤늦게 대처하지만 낙동강까지 밀린데 이어, 돌파 직전까지도 몰리자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성명(1950년 11월30일)에서 핵무기 사용 검토를 밝힌다.

6.25 당시 조선 인민군 작전국장이었던 유성철(?~1995년)은 1991년 재소(在蘇) 교민신문<고려일보>에 회상록 「피바다의 비화」를 연재하며, 김일성이 B29의 모조핵탄두와 대형TNT투하 장면에 극도의 공포에 시달렸다고 증언한다.

유성철은 6.25 이후 김일성이 패전의 책임을 묻는 숙청 시기에 소련으로 망명했다. 소련 해체시기에 6.25에 관한 상세한 과정을 증언해 주목을 받았고, 반 김일성 체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북한의 김일성이 미군의 폭격 그 자체의 공포 때문인지, 핵무기의 위력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폭격을 무척이나 두려워한 것만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김일성이 트루먼의 핵무기 발언에 극도의 공포심을 가진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6.25때 핵무기를 투하하지 않은 이유는 ①북에는 핵을 사용할 만한 시설물(대도시ㆍ대규모 산업시설ㆍ대규모 군사시설)이 없었고 ②중국 본토에 핵 투하도 고려했지만, 소련의 개입을 불러 3차대전으로 확산 우려 ③초반 밀리던 UN군이 1951년 들어 반격을 개시하면서 서울탈환 등 핵을 굳이 사용할 필요성이 사라졌고 ④핵무기를 동아시아에서 또 사용하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적 발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셌으며 ⑤영국의 처칠은 미국이 한반도나 중국에 핵을 사용하면 소련이 영국에 핵을 투하할 것이라며 미국의 핵 사용에 강력하게 반대 ⑥미국은 네바다에서 핵의 위력을 다시 실험(1952년 5월)한 결과 원폭투하지에서 5.5km떨어진 곳에서 1.5m의 참호를 파고 대피중인 병력에게 거의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가공할 핵무기이지만, 폭심지 2.2km에서만 살상효과가 있어 지하갱도에 숨은 적군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정작 트루먼 대통령이 핵을 비인도적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핵무기를 또 다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성명은 국제사회에 극심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 북한, 정권유지와 6.25의 트라우마로 핵개발 집착?
승자없는 전쟁을 끝낸 북한은 정전(종전이 아닌, 정전이다) 직후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설립(1955년 4월)하고 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소련의 ‘다국적연합핵연구소’에 북한의 과학자를 유학시키고 소련의 IRT-2000원자로(연구용) 도입(1963년 6월)하기에 이른다.

이후 북한의 행보를 보면 김일성(1912년 4월15일~1994년 7월8일), 김정일(1942년 2월16일~2011년 12월17일)에 이어 꾸준히 핵개발 의지를 숨겨온 듯한 흔적이 보인다.

소련에서 연구용 원자를 도입한 북한은 ‘핵 비확산 조약(NPT)’ 가입(1963년 12월12일) 이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 자유의 다리.무료이미지=픽사베이 제공.     © 경기도민뉴스

그러던 북한은 갑자기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2년 1월20일)을 하더니, △NPT탈퇴 선언(1차 북핵 위기, 1993년 3월12일) △장거리미사일 대포동 1호 발사(1993년 8월31일) △미국, 북 핵무기 개발 계획 추진 발표(제2차 북핵 위기, 1999년 10월17일) △북, 핵동결 해제 선언(1999년 12월12일) △NPT 재탈퇴 선언(2003년 1월10일) △핵무기 보유 선언(2005년 2월10일)을 한다.

북한이 1차 핵실험(2006년)을 하자 미국의 조지부시는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하고 북한에게 이같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주도로 ‘UN 대북제재 결의 1718(2006년)’과 ‘UN 대북제재 결의 1874(2009년)’가 이어지는 와중에 중국이 중재에 나서고,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집권(2011년)이 이어진다. 북의 새로운 실력자로 떠오른 김정은은 다시 3차 핵실험(2013년)을 하고,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UN총회에서 핵무기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2015년)한다.

북의 행보를 보면, 마오쩌뚱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를 ‘권력은 핵에서 나온다’로 바꿔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공교롭게도 비핵국가, 미국이 정권유지에 직ㆍ간접적 개입
세계에는 200여개의 나라가 있다.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는 것은 국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UN이나 IBRD등이 집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나라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라다운 나라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경제 규모, 정치수준, 국민들의 삶의 수준 등을 감안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헬 조선’을 포함해도 70개국 남짓에 그치는 정도다.

북한의 핵개발 집착에 대해서는 세계적 독재자들의 파멸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얻은 교훈 때문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 중국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무료이미지=픽사베이 제공.     © 경기도민뉴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5차례 외국 정권의 존립여부에 개입했다. 그중 아홉차례는 직접 무력을 사용했다. 이 나라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북한의 지배계층은 아마도 핵무기가 그들만의 왕국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탈린 사후의 스탈린 격하, 마오쩌뚱 사후의 격하 등 공산권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수많은 독재자가 모두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그들의 최후를 지켜 본 김일성 등 속칭 백두혈통은 3대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무기인 ‘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미국의 외국 정권ㆍ정부 개입 현황> △이란 모하마드 모사데그 대통령=1953년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 쿠데타로 실각. 친미 성향 팔라비 정권 수립(1979년 이슬람 혁명 전까지 소련의 중동 진출 견제). △아프리카 콩고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1960년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한 쿠데타로 암살. △중남미 과테말라 야코보 아르벤스 대통령=1954년 CIA 조종 쿠데타로 실각. △칠레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1973년 CIA 조종 쿠데타로 실각. △도미니카 공화국 후안 보쉬 대통령=1965년 미국의 무력 침공. △그라나다 마우리스 비숍 총리=1983년 미국의 무력 침공.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1986년 필리핀 반정부 민주화 시위 유도, 실각. △파나마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1989년 무력침공,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 법정에서 재판. △소말리아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1992년 인종청소 등 응징 명문으로 미국 중심 UN 평화유지군 무력침공,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 체포 실패. △유고슬라비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미국 중심 나토 동맹군 폭격, 밀로셰비치 반정부 시위로 축출(2000년 10월), 전범 재판. △아프가니스탄 전쟁=9.11 테러 보복으로 침공(2001년), 탈레반 정권 축출. 친미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 수립. 이밖에도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하지 못했지만, 리비아 폭격으로 정권에 타격.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제거하지 못했지만, 경제봉쇄 등 정권에 타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