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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유성호접검, 칼끝에 피는 음모와 복수
자객이 주인공인 최초 작품…강호의 의리와 사랑
경기도민뉴스 기사입력  2018/10/02 [05:27]
[김영수 잡학여행] = 2004년 무협마니아들을 설레게 한 소식 중의 하나는 무협영화의 고전 <유성호접검(流星胡蝶劍)>이 디지털 복원기술에 힘입어 부천영화제에 출품된다는 언론보도였다. 1976년 초원이 감독을 맡았고, 악화, 정리, 원표 등이 주연을 맡았다.

제목 <유성호접검(流星胡蝶劍)>은 ‘자객의 운명은 떨어지는 유성처럼 덧없고, 사랑의 아름다움은 나비처럼 유한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홍콩영화 중 B급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한국에 소개되자마자 무협마니아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VHS 비디오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재출시
마니아층의 열렬한 호응이 있었지만, 제작사인 홍콩의 쇼 브라더스 본사에서도 <유성호접검>의 마스터 필름이 없어져 그동안 DVD등으로 출시하지 못했다. 이번 부천영화제 출품도 VHS 비디오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것이다.

이 영화는 고룡의 동명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인데, 무협장르 최초로 자객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에 상영되는 무협영화는 이소룡의 뒤를 이은 성룡의 코믹액션이 인기를 끌면서 ‘치고 받기’식 권격 액션 위주였다. 이 권격 액션의 중간 중간 성룡 주연의 무협 <비도권운산>, 한-홍콩 합작 <노명검> 등이 있었지만,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이런 갈증 속에 개봉한 <유성호접검>은 원작의 줄기를 살리면서 무협활극 장면을 잘 표현해내, 많은 호평을 받았다. 무협지적 요소를 듬뿍 살려, 음모와 배신 속에 속고 속이는 강호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그려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우생, 김용의 뒤를 이은 고룡은 자신만의 무협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추리무협 장르를 개척하지만, 당시의 환경은 신문연재소설이 주류를 이룬 탓에 전체적인 스토리가 짜임새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원작무협소설도 좀 방만한 느낌인데, 영화는 잔가지를 잘 털어내고 완성도를 높였다.
 


◇ 자객, 우여곡절 끝에 암살대상자를 보호하다
쾌활림(快活林)의 자객 맹성흔은 무림 최고방파인 금룡방의 방주를 암살하라는 청부를 받는다. 자객행을 떠나기 전, 그는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사형을 방문한다. 그의 사형은 당대 최고의 자객이었으나 금룡방주 암살 실패 이후 술로 세월을 보내 이제는 폐인(廢人)이 된 인물이다.

임무를 앞두고 찾아 온 맹성흔에게 그의 사형은 나비의 숲에서 만난 여인과 그 여인과의 만남을 방해하기 위해 파견된 무사와의 싸움을 말해준다. 3일 밤낮의 격전 끝에 패한 맹성흔의 사형은 그 무사로부터 다시는 나비 숲의 여인을 만나지 말라는 엄명을 받는다.

목숨을 구걸한 무사, 자객의 임무를 잊고 사랑에 빠진 자객 등의 회한이 맹성흔의 사형을 폐인으로 만든 것이다.

임무를 위해 금룡방에 잠입하려던 맹성흔도 나비의 숲을 지나게 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맹성흔과 나비 숲의 여인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지만 자객은 임무를 위해 길을 떠나야 하고, 운명은 가혹한 것인가?

맹성흔이 암살하려는 금룡방주는 나비숲의 여인의 부친이었다. 강호 최대의 방파로 위세를 자랑하던 금룡방은 내부 배신자로 방의 기둥이라 할 4대천왕이 차례로 암살되고 방주마저도 피습당하는 위기를 맞는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주암살을 위해 금룡방에 잠입했던 맹성흔은 오히려 방주를 도와 금룡방 내부의 반란세력 색출을 지원하게 된다.
 

◇ 권력의 본질은 독점…사건해결 자객은 떠나야하는 법
자신의 정체를 숨긴 자객은 오히려 암살대상을 보호하고, 자객으로부터 방주를 보호해야하는 내부세력 중 파벌들은 오히려 방주를 제거하려는 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벌어진다. 배신과 음모로 이루어진 반전은, 쇼 브라더스의 정통 무협 스타일에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색채도 살짝 입혔다.

무협지로 포장했지만, 금룡방 방주라는 거대방파의 주인이라는 지위는 결국 ‘타인의 피를 딛고 선 자리’라는 현실정치의 일면을 일깨워준다. 맹성흔을 떠나보내는 금룡방주는 “만약 자네가 내 옆에 있으면 언젠가 등을 돌릴 수도 있다”며 “권력 다툼은 끝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돈 때문에 살인청부를 일삼던 강호제일의 자객(이면서도 사건해결의 수훈갑) 맹성흔에게 돌아간 보상은 방주의 무남독녀 나비 숲의 여인이라는 것은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곱씹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영화 한편으로 1980년대 들어 홍콩영화는 <촉산>류의 팬터지 무협, 한-홍콩 합작 <생사결>류의 정통무협, 성룡류의 코믹액션 등으로 확연히 나뉘게 된다.

속칭 장르물이 대세를 장악하지 못하던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였던 만화방에서는 황원철(용문객)과 이재학이라는 두명의 만화가가 이 영화를 자신의 작품 속에 (거의 표절수준으로)비벼 넣기도 했다.

※이 텍스트는 2007년 1월18일 개인 블로그에 발표했던 것을 옮기면서 시점에 맞춰 일부 첨삭을 거친 것으로, 일부 텍스트는 집필시점에 따른 시차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8/10/02 [05:27]  최종편집: ⓒ 경기도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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