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s 한국사] 반원개혁을 추진하던 고려 공민왕은 원칙적으로는 원의 압제에 항거한 홍건적과 손잡는 것이 당연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초반 기세를 올리던 중국의 홍건적이 원에게 패퇴당하며, 무리 중 일부가 요동으로 밀려와, 고려를 침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민왕이 수도 개경을 포기하고 피난을 갈 정도로 홍건적 침략의 여파는 컸다. 결국 고려는 반원개혁을 잠시 접고, 원과 협력해 홍건적을 소탕하는데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북로남왜’의 시달림 속에 이성계 등 신흥무인이 크게 성장하며 고려의 중심지배세력으로 성장했다.

▲ 조선의 한성부 도성 배치. 그래픽=김영수.     © 경기도민뉴스

이후 중국에서는 강남지역에서 힘을 기른 주원장이 명을 건국하고 원을 내쫓으며 중국을 다시 수복한다. 명은 원을 내쫓았으니, 원이 차지하고 있던 철령위 등은 당연히 원을 내쫓은 명의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고려를 압박했다.

이에 반발한 고려는 이성계를 앞세워 요동정벌을 시도했지만, 이성계 등은 위화도회군(1388년)으로 구세력인 최영 일파를 제거하고, 전제개혁을 통해 새 왕조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
 
 
01. 조선, 명에 국호를 정해달라고 청하다
이방원 등은 고려의 귀족들을 회유하고 협박해 아버지 이성계가 공양왕으로부터 왕위 선양(1392년 7월)을 받도록 했다. 왕위에 오른 이성계는 국가적 혼란과 민심 수습을 위해 즉각 나라 이름을 고치지 않고, 개경에 머무르며 새 왕조 개창에 따른 준비 작업(국정강령 17개조발표, 나라이름 변경, 수도 선택 등)에 들어갔다.
①조선, 명에 사신 파견해 신정권 수립을 알리고 국호를 개정하겠다고 보고. 명태조 주원장은 신정권 수립 승인과 함께 신속히 국호개정 보고할 것을 요청. 명은 고려가 요동정벌을 단행한 것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운 상황에서, 조선이 중국을 침략할 의도가 있다고 의혹의 눈길.
②조선 조정, 기로(耆老)ㆍ백관을 도당(都堂)에 모아서 국호 논의 끝에 ‘조선(朝鮮)’과 ‘화령(和寧)’을 후보로 결정. 화령은 이성계의 고향 함경도 화령을 일컫는 것.
③조선은 사신을 명나라에 파견, ‘조선’과 ‘화령’ 중에서 선택해줄 것을 요청. 사신 한상질이 명에서 ‘조선’을 선택한 공문 받아 귀국(1393년 2월). 명은 이 공문에서 ‘조선과 화령 중 동이의 국호에 조선이 아름답고 오래됐다’고 조선을 선정한 이유 밝혀.
④정도전은 <조선경국전>에서 ‘백제, 신라, 고구려는 한 지역을 몰래 차지하고 중국의 칙명을 받지 않은채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서로 침략’했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화령은 원나라가 일어난 곳이니, 태조께서 이를 아시고 화령을 후보로 끼워 조선을 선택하도록 강요한 것’이라고 추정.
 
 
02. 한성부, 신수도 완전 정비에 30년이 걸리다
①신왕조 개창을 위해 천도는 필수적인 절차였지만 마땅한 후보지 선택에 어려움. 태조는 직접 계룡산을 답사하기도 했지만 남쪽에 치우쳐 포기(2개월 가량 기초공사하다가 중단. 정도전ㆍ하륜의 의견). 하륜, 무악(毋岳 서울 연희동과 신촌 일대)추천. 무학 등 대다수가 한양(서울)을 추천.
②태조 한양천도 결정(1394년 8월13일)하자 신도궁궐조성도감(1394년)설치, 신수도 계획 구상. 천도결행(1394년 10월). 공작국 설치해 신수도 건설(11월) 시작.
③신수도의 명칭을 한양부에서 한성부로 개칭하고 도성안을 5부52방으로, 도성 외부를 성저십리(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현대의 일종의 그린벨트)로 분할 획정. 도성 내부 사대문안에는 무당, 승려 등은 거주 못하게 조치.
④태조는 궁궐 종묘 등의 공사를 마칠 즈음 ‘도성축조도감’을 설치, 서울 외곽을 잇는 성곽을 축조하는 등 4년간 신수도 건설.
⑤이후 왕자의 난 직후 즉위한 정종은 민심수습을 위해 개경으로 일시 복귀하면서 신수도 건설 일시 중단. 태종 이방원은 개경에서 즉위한 후 다시 한성부로 환도(1405년)하면서 신수도 건설 마무리. 한양외곽의 산성은 세종때 완성(1422년).
 

03. 조선왕조의 3대 건국이념
①‘사대ㆍ교린주의’ 채택. 명나라는 종주국(宗主國) 대접을 해서 사신의 왕래를 통해 경제적ㆍ문화적 실리. 주변 약소국인 일본과 여진은 우호적인 교류로 평화 유지.
②‘숭유ㆍ배불주의’로 유교를 정치ㆍ문화ㆍ사상의 지도적 이념으로 삼아 정치ㆍ사회 질서를 유교 체제로 전환.
③경제적으로는 ‘농본민생주의’ 채택. 농토 확장과 함께 다양한 영농방법 개발로 농업생산력 증대. 벼농사 널리 보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