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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발효의 과학, 술(酒)을 탄생시키다
블렌디드 위스키=‘몰트’+‘그레인’의 적정한 배합
 
경기도민뉴스   기사입력  2017/11/15 [07:32]
[김영수 잡학여행] = 앞서 잡학여행에서는 위스키의 가격이 비싼 이유를 알아봤다. 위스키는 생산지, 원료, 증류기, 주세법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고, 그만큼 종류도 많다. 그런데 술이라는 것은 결국 곡물이나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그 주성분은 알코올(정확하게는 에탄올)이다. 위스키와 더불어 술을 만드는 방법과 마셨을 때의 몸의 상태 등에 대해 알아본다.
 
 

◇ 영국 스코틀랜드산 스카치가 으뜸
생산지에 따라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Irish whisky), 아메리칸 위스키, 캐나디언 위스키 등으로 나눈다. 이중 스카치 위스키가 가장 유명하고 4000종 이상의 상표가 있다. 조니 워커, 발렌타인스, 시바스 리갈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인기를 끄는 주종이다.

생산지에 따른 분류는 영광굴비, 상주곶감 같은 일종의 지리적 표장이자, 브랜드의 숨은 가치이기도 하다.
스카치 위스키는 보통 대맥 맥아(몰트)를 이탄(Peat)을 사용해 독특한 훈향(薰香)을 내는 경우가 많다.
 
▲ 소주는 밑의 독에 막걸리를 넣고 약하게 가열하면 증발하는 알코올 증기를 위의 독에서 찬물로 식혀 고리로 한방울씩 떨어뜨려 만든다.     © 경기도민뉴스

아이리시 위스키는 대맥 맥아(몰트)가 아닌 보리를 원료로 하는 그레인 위스키가 많다. 포트스틸로 증류하고, 혼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산은 스코틀랜드의 그레인 위스키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곡류와 맥아의 사용비율의 차이에 따라 라이ㆍ버번(옥수수)ㆍ휘트(밀)ㆍ몰트ㆍ라이몰트 위스키로 분류한다.
 
 
◇ 맥아=몰트, 밀ㆍ보리=그레인 등으로 분류
위스키는 주원료에 따라 몰트 위스키ㆍ그레인 위스키ㆍ블렌디드 위스키로 크게 구별한다. 몰트 위스키는 맥아만을 사용하는 데 이탄(Peat)을 사용해 독특한 훈향(薰香)을 낸다. 주로 단식증류기(Pot Still)로 2회 증류해 오크통에 장기간 숙성시킨다.

그레인 위스키는 밀이나 보리 등의 곡류를 원료로 만든다. 맥아로 당화시켜 만드는데, 이탄(Peat)을 사용하지 않아 독특한 훈향이 없으므로 향미가 덜한 편이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이다. 에딘버러에서 ‘로젠리벳’이라는 몰트위스키 대리점을 하던 앤드류어셔(Andrew Usher)라는 사람이 1860년대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했다고 알려진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고급일수록 양질의 몰트 위스키를 엄선해서 사용하고 배합비율도 높아 향미가 풍부하다. 상업적으로는 몰트와 그레인을 얼마나 잘 배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같은 원료로 만든 몰트나 그레인이라도 연대가 다른 것, 제조방법이 다른 것 등을 비전의 방식으로 배합해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브랜드의 성패를 가른다.

이외에도 증류기에 따라 포트(스틸) 위스키와 페이턴트(스틸) 위스키로 나누고 주세법에 따라 원액의 함유비율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대사관 설치 이후 위스키가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스키는 초창기 외국에서 수입한 원액을 25%로 희석해 시판했다. 1980년대 당시 가장 대중적인 희석 위스키가 ‘길벗’이었고, 주세를 절감하기 위해 원액 함량을 0.1% 줄여 가격을 대폭 낮춘 패밀리 제품도 있었다.
 
 
◇ 막걸리를 여러 차례 증류하면 소주
술은 에탄올(분자식 C2H6O, 시성식 C2H5OH)이 주원료다. 일반적으로 술의 알코올농도는 20도, 45도 등으로 표시한다. 술 전체의 양(또는 무게가)이 100이라면 에탄올의 함량이 20%(따라서 에탄올이 아닌 성분은 80%이고 그 대부분은 물이다)이면 20도, 45%이면 45도라는 의미다.
 
▲ 경찰의 한낮 음주단속 장면.     © 경기도민뉴스

엄밀하게 화공학적으로는 분자의 개수를 대칭시키는 몰랄농도를 사용하므로, 무게단위의 일반적인 함량과는 차이가 있다.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를 일으키기 위한 효모가 필요하다. 효모는 포도당을 에탄올로 변화(발효)시키고 그 결과 발생하는 에너지를 얻어 생활한다. 즉, 우리가 마시는 술은 효모가 생산한 부산물이다.

효모는 에탄올의 농도가 높아지면 발효작용을 멈추므로, 발효에 의해 생성된 알코올의 농도는 10~20%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높은 농도의 술은 일차 발효된 술을 증류해 알코올을 농축한 것이다.

전통소주는 막걸리를 ‘소주고리’라는 도구를 사용해 알코올농도를 높인다. 일반적인 술을 뜻하는 ‘주’의 한자가 ‘酒’인데 반해 전통소주는 소주(燒酎)라고 해서 불이 들어갔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소주는 통속에 담은 막걸리를 약한 농도로 가열하고, 그때 끓는 점의 차이로 인해 먼저 증발한 알코올 증기를 식혀 담는다. 이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높은 농도의 알코올(소주)을 얻을 수 있지만 보통은 한 두차례에 그친다.

위스키도 기본 원리는 소주 제조방법과 같다. 흔히 정종으로 부르는 청주는 증류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막걸리의 맑은 부분만 걸러낸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 술의 과학, 에탄올의 부작용
술의 주성분은 알코올 중에서도 에탄올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은 앞에서 설명한 분자식, 시성식에서 ‘OH’가 있다. 화학에서는 이를 수산기라고 하는데, 물의 분자식은 H2O다. 따라서 에탄올은 물과 수소결합을 해 잘 섞이는 물질 중의 하나다.
 
▲ 영화 <행 오버>는 술에 취한 네 남자의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그린 것이다. 스토리를 보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절대 코믹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 경기도민뉴스

도수가 높은(에탄올 함량) 술을 마시면, 혀끝이 짜릿하고 목이 타는듯한 느낌은 술 속의 에탄올이 침 속의 물과 수소결합을 할 때 방출되는 열에 의한 효과다.

술은 조금만 마시면 99%의 에탄올이 산화, 즉 사라진다. 그러나 많이 마시면 10% 정도가 숨을 내쉴 때 섞여 나오거나 소변으로 배출되고 나머지는 장기로 흡수된다. 예를 들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100이라면 오줌 130, 침 130, 뇌 90, 간 85, 신장 85, 호흡기 0.05 정도의 알코올이 흡수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소장에서 흡수된 혈액은 우선 간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약간의 알코올이 간에 의해 제거되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알코올은 변하지 않고 심장과 폐를 지나 뇌에 도달한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로 바뀌고, 아세트산(acetate)으로 바뀐다. 아세트산은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된다. 술을 마실 때 나타나는 숙취현상은 아세트알데히드의 부작용 때문이다.

술은 중추신경의 판단력을 마비시켜 감정과 행동조절 장애를 일으킨다. 반면 근육은 술의 대사물질인 아세테이트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서 힘이 더 세진다. 이것이 결합하면 ‘주폭’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mg/dl)는 △20mg/dl~ 취기가 오른 상태 △40mg/dl~ 운동장애 시작 △150mg/dl~병적상태 △200mg/dl~ 건망증 △300mg/dl~ 혼수상태 △400mg/dl~ 호흡정지(사망) 등이다.

비싼 술이 좋은 술이 아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좋은 사람들과 기분좋게 마시고, 별다른 말썽이나 사고 없이 끝날 때, 그때 마신 술이 가장 좋은 술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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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5 [07:32]   ⓒ 경기도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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